광교산 오르기 전에, 용이가 코스부터 정해줄게
광교산은 순서가 있다
용인 도심 한복판에서 등산화 챙기는 사람치고 광교산 모르는 사람이 없습니다. 수지구와 수원 경계에 걸쳐 있는 산이라 지하철역에서 버스 한 번, 혹은 차로 십 분이면 등산로 초입까지 닿거든요. 도심에서 이렇게 가깝게 산을 만날 수 있다는 게 광교산의 제일 큰 장점입니다. 문제는 이 산, 코스가 한둘이 아니라는 겁니다. 어느 쪽 등산로로 붙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산행이 되는데, 코스를 모르고 무작정 따라나섰다가 초입에서부터 숨만 헐떡이다 되돌아오는 사람을 여럿 봤어요. 오늘은 용인 도심 500년 지킨 용이가, 처음 오르는 사람과 가을 단풍 보러 오는 사람 각각에게 맞는 코스를 순서대로 정리해 드릴게요.
처음이라면 무조건 동천우체국 코스
광교산이 처음이거나 등산 자체가 낯설다면 고민할 것 없이 동천우체국 방면으로 가세요. 동천우체국 근처에서 등산로로 붙어 미륵사 방향으로 올라가는 길인데, 경사가 살짝 있긴 해도 전체적으로 산책로에 가까운 무난한 흙길이 이어집니다. 급하게 치고 오르는 구간이 거의 없어서 등산화 신은 지 얼마 안 된 초보자도 크게 무리 없이 걸을 수 있는 코스예요. 넉넉잡아 왕복 두 시간이면 충분하니, 반나절 나들이 삼아 다녀오기에 딱 좋습니다. 길 옆으로 나무 그늘이 촘촘히 이어져서 여름에도 크게 덥지 않게 걸을 수 있다는 것도 이 코스의 장점입니다. 길이 순하다 보니 옆 사람과 두런두런 이야기하면서 걸어도 숨이 크게 차지 않아요. 오랜만에 만난 친구랑 걷기에도, 처음으로 같이 등산하는 커플에게도 이만한 코스가 없습니다. 미륵사까지 올라갔다가 같은 길로 내려와도 되고, 체력이 남으면 조금 더 위쪽 능선까지 욕심내볼 수도 있어요. 다만 정말 처음이라면 미륵사에서 한 번 끊고 내려오는 걸 추천합니다. 광교산은 생각보다 산세가 넓어서, 첫날부터 정상까지 욕심을 내면 다리도 아프고 다음에 다시 오고 싶은 마음도 잘 안 생기거든요. 천천히 걸어보고 이 정도면 할 만하다 싶은 감을 먼저 잡는 게 먼저입니다. 미륵사 앞에서 물 한 모금 마시고 앉아서 숨 고르는 그 잠깐이, 첫 등산의 기억을 좋게 만들어 줍니다.
단풍철엔 형제봉·시루봉, 대신 일찍 나서야
산행에 좀 익숙해졌다면 그다음은 형제봉과 시루봉입니다. 광교산체육공원 쪽에서 올라 능선을 따라 형제봉을 찍고 시루봉 정상까지 이어지는 코스인데, 동천우체국 코스보다 확실히 다리에 힘이 들어갑니다. 오르막이 꽤 길게 이어지고 능선 구간에선 바람도 세게 부는 편이라, 처음 코스에서 감을 잡은 사람이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딱 좋은 난이도예요. 능선에 올라서면 용인과 수원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데, 이 조망 하나 보자고 다리 아픈 걸 참는다는 사람이 많습니다.
특히 가을이 되면 이 구간이 완전히 다른 산으로 변합니다. 형제봉과 시루봉 능선을 따라 단풍이 짙게 물드는데, 용인 시내에서 이만한 단풍 산행지가 흔치 않다 보니 소문이 나면서 사람이 확 몰려요. 주말 오전 느지막이 도착하면 등산로 입구부터 줄을 서야 할 정도입니다. 단풍을 제대로 보고 싶고 사람에 치이기는 싫다면, 답은 하나입니다. 해 뜨자마자, 늦어도 오전 일찍 산에 붙는 거예요. 이른 시간에 오르면 능선에 아침 안개가 낮게 깔려 있다가 해가 올라오면서 서서히 걷히는 장면을 볼 수 있는데, 이건 느지막이 오는 사람은 절대 못 보는 풍경입니다. 사람 없는 능선에서 혼자 단풍을 독차지하는 기분, 이른 새벽에 나선 사람만 아는 보상이에요.
주차는 이렇게, 내려와서는 한 그릇
광교산체육공원에 주차장이 있긴 하지만, 단풍철이나 주말엔 이 자리도 금방 찹니다. 등산로 입구와 오히려 더 가까운 건 수지 꿈의학교 앞 길가예요. 여기에 차를 세우면 등산로 입구까지 걸어 들어가는 거리가 짧아서, 안 그래도 힘든 산행 전에 체력을 아낄 수 있습니다. 다만 정해진 주차장이 아니라 길가 주차다 보니, 이 자리 역시 일찍 가는 사람이 임자입니다. 체육공원 주차장과 꿈의학교 앞, 이 두 곳을 두고 그날 상황 봐서 고르면 됩니다. 내려온 다음이 광교산 산행의 진짜 재미이기도 합니다. 산 아래쪽 고기동 방향으로 내려오면 막국수집이 몰려 있는 골목이 나오는데, 땀 흘리고 난 다음 먹는 시원한 막국수 한 그릇은 산행 마무리로 이만한 게 없어요. 줄이 길게 늘어서는 집도 있으니, 하산 시간을 조금 여유 있게 잡는 편이 좋습니다. 등산으로 비운 속을 국수 한 그릇으로 채우고 나면, 오늘 하루가 딱 알맞게 마무리됩니다.
산 하나 오르고 국수 한 그릇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코스, 용인 사람들이 주말마다 반복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처음엔 동천우체국, 익숙해지면 형제봉·시루봉. 광교산은 순서만 지키면 계속 다시 오고 싶은 산이 됩니다.
용이의 팁 · 코스마다 입구가 다르니 목적지부터 정하고 출발하세요. 형제봉·시루봉으로 갈 땐 광교산체육공원 주차장이나 수지 꿈의학교 앞 길가를 미리 봐두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