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교산 내려오면 국룰처럼 줄을 선다, 고기리막국수거리
오픈런이 국룰이다
용인 수지에서 등산 좀 해본 사람이라면 다 안다. 광교산 정상 인증샷보다 중요한 건 하산 시간 계산이라는 걸. 고기동으로 내려오는 등산로 끝에는 막국수집들이 줄지어 있는 거리가 있고, 주말이면 이곳은 이미 전쟁터다. 등산화 끈을 채 풀기도 전에 대기표부터 챙기는 게 이 동네 국룰이다. 느긋하게 정상에서 시간을 보내다 내려오면, 대기 줄은 이미 저 멀리까지 가 있다. 산 하나 넘었다는 뿌듯함보다, 대기표 몇 번째냐가 그날 등산의 진짜 성적표를 좌우한다.
등산화 벗기도 전에 줄부터 선다
광교산은 코스가 여러 갈래다. 동천 방면에서 오르기도 하고, 신봉동 쪽 광교산체육공원에서 시루봉으로 붙기도 하고, 수지 방면 등산로를 따라 걷는 사람도 많다. 초보자도 무리 없이 걸을 수 있는 순한 코스부터 체력 좀 있다는 사람들이 찾는 능선 코스까지 폭이 넓어서, 주말이면 등산화 신은 사람들이 사방에서 몰려든다. 어느 코스로 오르든 결국 만나는 지점이 있는데, 바로 고기동 방향 하산길이다. 계곡을 따라 내려오면 마을 초입부터 국수집 간판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하고, 그 순간부터 다리보다 위장이 먼저 반응한다.
문제는 다들 같은 생각을 한다는 거다. 정상에서 물 한 모금 마시고 여유롭게 사진 찍고, 능선 풍경 좀 감상하다가 느긋하게 걸어 내려오면 이미 늦었다. 골목 초입에 대기표를 받으려는 줄이 산 아래까지 이어져 있는 걸 보고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는다. 용인 사람들 사이에서는 오래전부터 통하는 얘기가 있다. 광교산 등산은 정상 정복이 아니라 대기표 순번 싸움이라고. 등산 초입에서부터 하산 시간을 계산해서 걷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니, 이 거리의 위상을 짐작할 만하다.
이 골목, 사실은 통째로 국수 마을이다
고기리막국수 한 곳만 보고 오면 곤란하다. 광교산과 고기리계곡을 낀 이 동네는 골목 전체가 국수 전문점으로 채워져 있다. 막국수집도 있고, 도토리국수를 내는 집도 있고, 비빔국수로 이름난 집도 있다. 골목 하나를 사이에 두고 국수 간판이 연달아 걸려 있는 풍경은 이 동네가 아니고서는 보기 힘들다. 등산객 수요가 워낙 꾸준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국수 거리가 형성된 셈이고, 이제는 등산과 상관없이 국수만 먹으러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들도 늘었다. 왜 하필 국수냐고 물으면 답은 간단하다. 땀 흘리고 내려온 몸에는 뜨거운 국물보다 시원하고 새콤한 국수 한 그릇이 훨씬 당기기 때문이다. 메밀 향 은은한 면발에 살얼음 낀 육수, 거기에 편육 몇 점 올리면 등산 코스의 마무리로 이만한 게 없다. 여름철 주말이면 이 골목 전체가 등산객들로 북적이는 이유다. 계곡 물소리를 배경음 삼아 평상에 앉아 국수 한 그릇 비우고 나면, 산행의 피로가 절반은 풀리는 기분이 든다.
들기름이냐 메밀이냐, 그리고 면 추가의 룰
이 골목 국수는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들기름막국수, 다른 하나는 메밀 물국수나 비빔국수 계열이다. 들기름막국수는 고소한 기름 향이 면에 배어 있어서 육수 없이 그냥 비벼 먹는 맛이 진하다. 참기름과는 또 다른, 들기름 특유의 묵직하고 고소한 향이 면발마다 스며 있어서 처음 먹어보는 사람은 그 향에 한 번 놀란다. 반면 메밀 물국수는 슴슴하고 깔끔한 육수 맛으로 승부한다. 새콤달콤하게 무친 비빔국수를 찾는 사람도 있고, 도토리국수처럼 구수한 계열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취향에 따라 갈리지만, 일행이 여럿이면 둘 다 시켜서 나눠 먹는 경우도 적지 않다. 여기서 하나 알아두면 좋은 규칙이 있다. 들기름막국수는 면만 추가할 수 있고 국물이나 양념은 추가가 안 되는 집이 있다는 것. 인원수에 맞춰 처음부터 넉넉히 주문해두는 편이 마음 편하다.
국수 옆에 곁들이는 메뉴도 챙길 만하다. 편육이나 수육을 국수와 함께 주문하는 손님이 많고, 메밀전병을 곁들이는 조합도 흔하다. 산 하나 넘고 온 몸에는 탄수화물과 단백질을 같이 채워주는 조합만한 게 없다. 확실한 건 주말 오전은 피할 수 없는 전쟁이라는 사실이다. 그나마 평일 낮 시간대는 한결 여유롭다. 광교산 등산을 평일에 계획할 수 있다면, 하산길 국수 한 그릇은 기다림 없이 즐길 수 있는 호사가 된다. 주말에 꼭 가야 한다면 마음을 비우고 대기 시간을 산행 코스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편이 낫다. 대기표를 받아두고 계곡 근처를 산책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도 이 동네 사람들이 즐겨 쓰는 방법이다. 유명한 한 곳만 고집하지 않고 골목을 한 바퀴 둘러보면, 의외로 기다림 없이 맛있는 국수 한 그릇을 만나는 것도 이 동네의 숨은 재미다. 검색 순위보다 그날 골목 분위기를 살피는 감각이, 이 거리에서는 더 쓸모 있다.
용이의 팁 · 이 골목은 길이 좁고 주차 공간이 넉넉하지 않다. 대중교통이나 도보로 접근하는 쪽이 마음 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