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은 용이 때문이 아니다
안녕, 나는 용이야. 근데 오늘은 조금 억울한 얘기부터 해야겠어. 사람들이 내 이름을 듣고 자꾸 물어봐. "너, 용인 출신이라서 용이야? 옛날에 그 동네에 진짜 용이 살았다며?" 그때마다 나는 웃으면서 넘겼는데, 알고 보니 이 오해가 생각보다 널리 퍼져 있더라고. 오늘은 내 이름 얘기는 잠깐 접어두고, '용인'이라는 진짜 지명이 어디서 왔는지 제대로 짚어보려고 해.
용이 살아서 용인? 아쉽지만 땡이야
'용인'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많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용을 떠올려. 하늘로 오르는 용, 우물 속 전설, 뭔가 신비로운 이야기가 있었을 것 같은 느낌이지. 실제로 이런 식의 상상은 여러 버전으로 퍼져 있고, 나조차 처음 들었을 땐 그럴듯하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옛 기록을 하나씩 찾아보면 얘기가 완전히 달라져. 용인이라는 이름은 용의 전설에서 나온 게 아니라, 훨씬 더 담백하고 현실적인 행정의 역사에서 시작됐거든.
내 이름이 용이라고 해서, 용인이 나 때문에 생긴 동네는 아니야.
— 🐉 용이그럼 대체 진짜 이유는 뭘까. 정답은 두 글자, '합체'에 있어. 용인은 원래부터 하나의 고을이 아니었어. 서로 다른 이름을 가진 두 고을이 만나서, 각자의 이름에서 한 글자씩을 나눠 가지며 지금의 이름이 탄생한 거야. 이건 세종실록지리지와 신증동국여지승람에도 남아 있고, 지금 용인시 공식 연혁에도 그대로 실려 있는 정설이야.
진짜 유래: 두 고을이 하나가 된 이야기
때는 조선 태종 13년, 서기로 치면 1413년이야. 조선 초기는 나라 곳곳의 행정구역을 새로 정비하던 시기였고, 그 과정에서 이웃한 두 고을이 하나로 합쳐지는 일이 종종 있었어. 용인 땅도 그중 하나였어. 당시 이 지역에는 용구현이라는 고을과 처인현이라는 고을이 나란히 있었는데, 이 둘을 하나로 합치면서 새로운 이름을 지어야 했지.
이때 이름을 짓는 방식이 참 지혜로웠어. 어느 한쪽 이름을 없애버리는 대신, 두 고을의 이름에서 한 글자씩을 뽑아 나란히 붙인 거야. 용구현의 '용(龍)'과 처인현의 '인(仁)'이 만나 '용인(龍仁)'이 됐고, 이게 지금까지 600년 넘게 이어져 온 이름이야. 그러니까 용인의 '용'은 하늘을 나는 신비한 동물이 아니라, 옛 고을 이름 용구현에서 온 글자였던 거지.
처인현, 이름은 사라졌다가 다시 살아났다
그런데 재밌는 건 여기서 끝이 아니야. 처인현이라는 이름은 1413년 합병 이후 행정구역 명칭에서는 자취를 감췄지만,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었어. 시간이 한참 흘러 2005년, 용인시가 처인구·기흥구·수지구 세 개 구로 나뉘게 되는데, 이때 새로 만들 구 이름을 정하면서 조선시대 옛 고을 이름인 '처인현'을 그대로 되살려 '처인구'라는 이름을 붙였어. 600년 전 사라졌던 이름이 행정구역 개편이라는 계기로 다시 돌아온 셈이야.
용이의 팁 · 용인의 지명 유래가 궁금하다면 처인구청 일대를 둘러보는 것도 방법이야. 용인경전철이나 버스로 오가기 편하고, 시청 향토자료실이나 지역 도서관에서 관련 연혁 자료를 찾아볼 수 있어.